싱가포르 도착과 난양공대 동남아시아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버스로 이동했다.
싱가포르를 동쪽 끝의 창이공항에서 서쪽 말레이시아와의 경계까지 가로지르는 도로인 PIE를 탔다.
PIE, Pan Island Expressway는 넓고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있으며, 늦은 외출 후 단시간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해줬다.
나는 거의 서쪽 끝에 가까운 난양공대에서 묵고 있었기 때문에,
총 41번까지의 출구를 가진 PIE의 거의 끝쪽 38번 출구로 나와서 학교 앞 대로인 Pioneer road를 탔다.
Pioneer는 길 이름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기도 했다. 공대에 퍽 어울리는 이름이다.


내가 묵은 건물은 캠퍼스 입구에서 우측 진입로로 조금 들어가면 체육관과 운동장 옆에 나오는
Nanyang Executive Center였다. 외빈들을 초청하여 행사를 치를 때 숙박 및 컨퍼런스 용으로 쓰는 건물이란다.
외부는 그냥 지은 지 얼마 안 된 사각형 건물이구나, 했는데 실내가 호텔같았다.






이렇게 생긴 라운지에서 나중에 소파에 둘러앉아 그룹 회의를 했고, 마지막 날 밤에는 술 한 잔씩도 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니 왠걸 정말 호텔급의 방이었다. 높은 천장, 푹신한 구름같은 침대와 카펫 깔린 바닥,
TV와 냉장고, 세면도구, 차와 커피 그리고 무료 생수까지.




건물 안에는 객실과 함께 강연 홀, 소파와 테이블이 다수 갖춰진 라운지, 작은 전시공간도 있었다.
우리가 묵는 기간에도 여러가지 행사가 해당 건물에서, 그리고 캠퍼스의 다른 부분에서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아침이 되고, 우리는 드넓은 난양공대 캠퍼스에서 아마도 가장 특징적인 건물일 곳으로 안내 받았다.
우리가 묵은 건물은 아래 지도의 오른쪽 위쪽에 Campus Clubhouse라 표시된 건물 바로 앞이었고,
우리가 간 곳은 가운데 아래쪽의 Chinese Heritage Center 근처의 The Hive라는 건물이었다.



map: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벌집이라는 이름에서 벌집을 모티브로 한 곳인가 싶지만, 이 공간은 벌집과는 뭔가 다르다.
아침에 버스에 올라 학교 안을 이동하면서 여러 건물을 지났지만, 이 건물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은 없었다.
차창밖으로 저 건물이 우리가 갈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 건물로 갔다.
아래 사진이 문제의 그 건물이다. 도자기색에, 제대로 된 창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건물,
어릴 적 찰흙을 말아서 층층이 쌓아 만든 도자기 또는 회오리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면, 주변 날씨와 다르게 놀랍도록 시원하다. 밖에서 보이듯 각 층 사이로 나 있는 공기구멍?
틈?과 검은 창살만 있고 유리가 없이 숭숭 뚫려있는 계단 부분으로 바람이 끊임 없이 들어온다.
각 층 곳곳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어서 아마도 그 힘으로 바람이 불어오고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보니 싱가포르의 전철역 등 장소에는 천장에 크고 작은 선풍기들이 상당히 많이 설치되어 있더라.





건물 내부로 들어서니, 건물을 이렇게 지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이 경이롭다고 느낀 건
오랜만이었다. 사진에 그 느낌이 완전히 담기지는 않았는데, 내부가 하나로 탁 트인 구조에 자연바람이 드나들고
식물이 살도록 해서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입구가 지하 5층에 있어서 (측면통로로 연결된 다른 건물들의 지상1층과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인 것 같다)
1층에 있는 강의실로 이동하여 강의에 참석했는데,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높은 곳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있었다.
1, 2층에는 도서관 서책실도 있었고, 2층에서는 외부의 옥상정원으로도 나갈 수 있었다.



이 건물은 외양과 내부 모두 디테일까지 신경쓴 기색이 역력했다.
쓰레기통까지 컨셉을 통일하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돌판으로 된 소화전, 검은 철로 만들어진 안내판,
천장에 최소한의 보호/표시만 갖춘 채 노출된 배선과 배관 등
건물 곳곳에서 이 건물의 컨셉에 맞춘 듯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난양공대의 명물 The Hive 소개는 이쯤에서 마치기로 하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난양공대의 다른 곳과 싱가포르 이곳저곳에 대해 알아보자.


--------------------------------------------------------------------------------------------


돈쿄 님께서 알려주신 덕분에 The Hive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Thomas Heatherwick이 세운
Heatherwick Studio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캠퍼스 전체에 걸쳐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의 가액은 무려 5,200억 원. (3,600만 파운드)
그 중에 꽤 큰 액수가 이 건물에 쓰였을 것 같지만, 프로젝트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찾지 못했다.
재학생에게 물어보니, 이 건물은 주변의 경영대, 인문사회대학 학생들의 학습과 소통을 위한 공간이고,
공학과 자연과학 학생들을 위한 허브를 또 짓고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 정부의 대단한 서포트가 느껴진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면적이 4.2 평방 킬로미터인데 비해, 난양공대 캠퍼스는 2 평방 킬로미터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방향으로부터 건물에 출입하고, 56개의 강의실 및 공간들이
재래식의 긴 복도가 아니라 가운데 공간으로 모두 이어지도록 설계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방들이 모두 가운데에서 퍼져나가고, 어느 방도 다른 방 뒤에 가려지는 일이 없다.
교실 형태 또한,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이 아닌 파트너로서 교육자가 학생과 상호소통 할 수 있도록,
길쭉한 사각형의 교실을 배제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둥글게 퍼져나가는 형태의 교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는 Heatherwick Studio 홈페이지의 [프로젝트] 메뉴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는
The Hive의 모습이다.


picture: Heatherwick Studio

덧글

  • 돈쿄 2017/08/19 03:00 # 답글

    아... 이게 헤더윅 스튜디오에서 설계한 Hive 군요... 난양공대에 있었군요....
    가보고 싶네요....
  • 기분좋은 코끼리 2017/08/19 15:55 #

    눈으로 보기에도 정말 멋진 건물인 데다가, 자연광과 자연풍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건물이라고 느꼈습니다.
    널찍한 캠퍼스에 개성있는 건물들이 눈에 띄고 녹지도 잘 조성되어 있어 캠퍼스를 돌아다닐 맛이 났지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