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KE641 탑승기 동남아시아

대한항공 KE 641편에 올랐다.
오랜만에 보는 대한항공 승무원 분들은 다른 나라 항공사들에 비해 확실히
유니폼이나 승객을 대하는 태도나 많은 부분에서 더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여자 승무원 분들이 두른 스카프나 묶어올린 머리 뒤에 단 비녀와 비슷한 머리장식 등 특징적인 부분들도 눈에 들어왔다.
가끔 '갑질' 관련한 뉴스들을 보면서 한국의 서비스업계가 조금은 루즈해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베트남에서 마주한 호텔 직원들의 친절함도 여기 못지 않았는데, 유럽이나 아프리카를 다닐 때 느끼지 못한
서비스 수준은 확실히 아시아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다.


비행기는 저녁 6시 30분에 이륙해서 밤 12시 반쯤 도착할 예정이었다.
비행 스케줄 상 이륙하고 얼마 안 되어 기내식을 주었다.
대한항공의 기내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기대를 했다.
사실 나는 여러 코스를 한 쟁반에 합쳐 주는 기내식에 항상 매료되었기 때문에 내가 기내식을 싫어할 가능성은 없었다.
메뉴는 치킨 파스타와 생선 국수, 채식을 선택할 수 있었고 친구들은 모두 무난해 보이는 치킨 파스타를 시켰다.
나는 생선 국수를 시켰고, 무엇이 나오든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래 사진에서 위쪽이 생선국수, 아래쪽이 치킨파스타다.



생선국수는 동남아 내지는 중국풍의 맛이었고, XO 내지는 굴소스 맛이 나서 적당히 달달하고 짭짤한 맛이었다.
얇은 면과 청경채, 흰 생선이 소스와 잘 어울렸다. 함께 나온 샐러드와 과일, 빵도 나쁘지 않았다.
샐러드에는 하얗고 작은 알갱이처럼 된 치즈가루가 많이 뿌려져 있었는데, 나는 오이를 싫어하지만
오이를 피하면서 충분히 맛있다고 느끼며 즐길 수 있었다. 건포도가 들어있으므로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다.
모닝롤에 루어팍 버터는 언제나 조금 더 먹고 싶다. 전체적으로 적당히 배부른 양이었다.
친구의 말로는 마카로니면과 닭고기가 나온 치킨파스타 메뉴도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한다.


기내식을 만족스럽게 먹고 나서, 밤 열한시 즈음에 조각피자가 간식으로 나왔다.
다른 무언가와 피자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나는 피자를 골랐다. 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각형의 피자였다.
빵이 두꺼운 편으로, 토마토소스의 짠맛으로 먹었다. 출발하면서 식도락에 돈과 위를 아끼지 말자고 다짐하긴 했지만,
막상 피자를 먹고 나니 다이어트가 물 건너 가는 느낌에 조금 울적했다.


대한항공에는 좌석스크린에 무려 조이패드를 달아놔서, 여러가지 게임도 하고, 다양한 한국노래도 들으며 보냈다.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엔터테인먼트로 때웠는데, 한국음악이 많은 건 대한항공만의 장점이었다.
에티오피아 항공을 탈 때는 언제나 철 지난 팝이나 락으로 시간을 보냈었다.
축구게임은 상당히 쉬워서 두번째 판에서 컴퓨터를 9:0으로 '발라' 버리고 레이싱 게임으로 갈아탔다.
레이싱은 꽤 어려웠는데, 내 친구는 상당히 준수한 기록으로 우수한 능력을 입증했다.
질투가 났지만 나는 원래 세밀한 컨트롤에 서툴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것은 좋지만, 승객들에게 조금 엄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뉴스에서 보는 '갑질' 사건이 일어날 때는 물론이고, 중간중간 난기류를 만나 좌석벨트 등이 켜질 때라든가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승객들이 앉도록 지시하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한국인 승객들이 또 얼마나 말을 안 듣는가.
이번 비행에서 사람들에게 자리로 돌아가 앉도록 지시하는 역할은 승무원 여러 명 중 한 명만 했고,
다른 승무원들은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본 건지 만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승무원은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은 모습으로 계속 자기 일을 해냈다.


어쨌든 비행기는 무사히 창이공항에 착륙했고, 모든 사람이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고 나니
어느새 새벽 한 시였다. 활발한 느낌의 NTU 여자 교직원분이 나와서 우리를 단체버스까지 인솔했다.
피곤한 와중에도 버스 밖으로 보이는 싱가포르 풍경을 구경했고,
싱가포르는 수많은 복도식 아파트들과 아파트식 공장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월요일 새벽의 도로는 매우 한산했고, 내일부터 펼쳐질 싱가포르의 하루가 기대되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