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리뷰] 안암.종암 발리하이 식도락

 
발리하이

-인도네시아 퓨전 요리
-3~4인 기준 메뉴조합 추천, 인당 8천원
-주차 및 차량접근 불편, 대중교통
-재방문의사 O


내가 아주 사랑하는 집이다.
또래들과 단체 모임을 가질 일이 있으면 항상 이 집을 밀곤 한다.
이름에 발리Bali를 넣어서 인도네시아 퓨전요리임을 내세우고 있다.
항상 너무나 맛있게 먹지만, 왠지 정통은 아닌 것 같다.

3명이서 가면 기본적으로 왼쪽 사진의 립 하나 + 오른쪽 사진의 볶음국수 미고렝 + 볶음밥 나시고렝 조합으로 먹는다.
한 명이 더 있다면 4천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맛과 양을 자랑하는 닭 윙 튀김을 추가하면 완벽했는데,
닭 윙 튀김이 언제부터인가 항상 안 된다고 한다. 눈물을 머금고 3천원인가 하는 감자튀김으로 주문을 바꾼다.
감튀의 맛은 보통 감자튀김 맛으로, 썩 나쁘지도 특징있게 맛있지도 않다.
사실 감튀는 말 그대로 사이드이고, 메인요리들이 출중해서 감튀까지 맛있을 필요가 없기도 하다.

이 집의 시그니처라면 뭐니뭐니해도 립 요리인데, 만 3천원짜리 이것 하나를 시키면
3~4인이 다른 요리와 곁들여 먹기에 충분하다. 많이 먹는 사람들만 있다면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솥에서 아주 푹 삶은 갈빗대에 달착지근하고 간장향과 굴소스향도 은은하게 나는 듯한 양념이 졸아 배어서 나온다.
고기에 양념이 잘 배고, 과하지 않은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고기와 잘 맞는다.
탐스러운 갈빗살 위에는 맵지 않은 생양파와 잘게 다진 쪽파, 고수를 뿌려준다.
갈빗살은 아주 푹 익어서 칼만 대면 슥슥 잘 잘린다.
갈빗살을 한 조각 잘라서 위에 얹힌 채소와 함께 입에 넣으면, 향긋하고 달큰한 맛과 고기맛에 행복해진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립 한 조각 썰어서 딱 먹으면, 휴양지에 온 것 같을 때도 있다.
제기동 골목의 풍경은 매우 한국적이지만, 테라스만큼은 일상을 잊고 맛과 여유를 만끽하는 공간이 된다.
곁들여 나오는 할라피뇨의 매콤하고 깔끔한 맛이 립과 아주 잘 어울린다.
삼겹살+쌈, 수육+김치, 소고기+간장양파 등 고기와 야채의 조합에 익숙한 한국사람 입맛에 립+할라피뇨는 최고다.

립을 조금씩 먹다 보면 미고렝과 나시고렝도 나온다.
어떤 때는 새우 미고렝 + 치킨 나시고렝을 시키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새우를 못 먹는 지인들도 있어서 야채 미고렝 + 치킨 나시고렝을 시키기도 한다.
어느 조합이 더 낫다기보다는 다 맛있는데, 못 먹는 사람 없다면 새우+치킨 조합이 좋은 것 같다.
미고렝은 면이 아주 얇고, 적당히 기름지게 면을 볶아 내는데,
새우 미고렝은 얇은 볶음면 특유의 과자같은 고소한 맛과 새우향이 어우러져서 좋다.
이 면 특유의 불량식품스런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립으로 식욕을 돋우고 나서 불량스런 볶음국수를 함께 먹는 것이 나는 항상 만족스러웠다.
큼지막한 새우가 함께하고, 큰 계란 후라이도 하나 얹어서 송송 썬 파를 뿌려준다.
옆에 할라피뇨와 새우칩도 곁들여 준다.
다 먹고 나면 아쉬워서, 바닥에 있는 면+새우 맛이 나는 기름을 숟가락으로 살짝 맛보기도 한다.

볶음밥인 나시고렝은 언제나 맛있는 편으로 믿음직스럽다.
밥알에 맛이 잘 배어있어서 싱겁지 않고,
역시나 적당히 기름지고 고소, 짭짤, 깊은 맛이 다 함께 있다.
새우면 새우, 치킨이면 치킨, 채소면 채소 건더기와 잘 맞는다.
비프도 있었던 것 같은데 시켜 보지 않아서 맛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계란 후라이가 덮인 채 나오므로, 계란과 함께 밥을 먹으면 맛이 더 좋다.

이렇게 세 가지 요리 + 사이드 하나의 조합으로 서너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처음 간 사람에게는 신선하고 특별한 맛의 체험으로 남고,
이미 가 본 사람은 의외의 장소에 숨어있는 맛집에 또다시 찾아가는 설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맛있으면서 적당히 배부르고, 가격대도 합리적인 이런 식당이 있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종종 잘 찾아가서 가게가 롱런하도록 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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